이번 곡은 모노 전자음향, 비올라, 기타, 리코더를 위한 음악이다. 커미션이 딱 저 세 악기의 범위에서 왔기 때문에 그냥 맞춰서 썼고, 꼭 표현해야 할 것이 있어서 전자음향을 간소하게 이용했다. 어쩌다 보니 2020년 2월 말 경부터 3월 중순까지 엄청 후딱 써버린 듯 하다.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도 딱히 없었고 그냥 마감일이나 맞추자는 마음이었지만, 하다 보니 빠른 마감을 했다. 아직도 커미션 걸려있는 곡도 있고(아직 첫 미팅을 못해서 정체가 뭔진 모르겠지만 근거리 네트워크로 연결된 8인의 컨트롤러를 위한 순수 전자음악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써야 할 곡도 있고, 아주 짧은 여러 오브젝트를 위한 솔로곡도 하나 써야 할지도 모른다. 이 곡은 Z세대에 관한 얘기다. 90년대 중반생부터 넓게는 2000년대 말 정도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하는 이 Z 세대는 이전의 세대인 X세대, 밀레니얼 세대와는 꽤나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강한 세대이며,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디테일한 변화를 주어 순간의 변화를 즐긴다. 이전 세대를 조롱을 하기도 하며, 직접적 반감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난 세대의 산물을 적절히 비틀어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맹목적 믿음, 일관성 있는 태도보다는 이성적이고 변화에 적응이 쉬우며 쏟아지는 정보에 유연하게 반응하며 취사선택에 최적화된 사고를 한다. 인생의 타임라인에서의 시간차가 발생하면서 각기 정말 다른 스펙트럼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음악으로 치환했다. 같은 움직임을 연주하더라도 질감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테크닉, 전자음향으로 대변되는 전 세대의 산물들을 격렬하게 부정하기도 하면서 가끔은 상속하기도 하며, 하나의 잘 나온 셀카를 건지기 위한 수십 번의 재촬영을 감수하는 행동들, 전혀 겪지 못한 상황을 당황해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 제각기 들으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만(polyphony) 멀리서 보면 한곳으로 수렴하는 경향성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을 그렸다. 곡은 각기 아주 다른 5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그렇지만 동일 대상을 명확히 그리고 있다. 최후에 Z세대들도 그들만의 도그마를 만들며 쓸쓸히 세상에서 퇴장할 것이다. 이 곡의 출발 자체는 두 가지의 일로부터 비롯되었다. 작년 가을, 세대간의 갈등을 극단으로 몰고 간 조국 사태에서 나는 참 많은 걸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올해는 베토벤 250주년이다. 베토벤의 곡 중 가장 훌륭한 기념비적인 곡은 합창 교향곡도 아니고 디아벨리 변주곡이이라 생각한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곡이다. 다 알겠지만 성격 변주곡으로 분류되는 작품인데 각 변주간의 연결성은 상당히 희미한 상태이다. 한마디로 그리는 대상은 동일하지만 섹션 간의 연결성이나 유사성은 극도로 응집력이 약해지고 있고 그 정도를 시험하고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Z 세대의 모습을 5가지 각도에서 관찰하여 그리되, 섹션 간의 응집력을 어디까지 떨어트릴 수 있을까? 과연 이렇게 해도 변주곡이라는 조건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일까? 에 관한 의문이 들어가 있다. 이 곡에서 상징놀이는 이전의 노골적이고 개념주의적인 양상에서 조금 물러나서 음 재료의 측면에서 적용되었다. 물론 맨 마지막 섹션에서는 조금 자극적인 재료들을 이용하여 상징놀이가 진행되긴 한다.
Main ideas:
- special aspect of Generation Z -How far & unrelated can be each variation in variation form? - Electronic sounds used to split each module consisting whole piece
<Performance History>
2020.May.28, 29, 30 (PREMIERE) <신촌극장>, Seoul, South Korea Performace by Hyowon Lee, Micah Leem, Pureum Cho Engineered by composer